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 본문

매일의 양식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

해피제제 2013. 7. 3. 09:08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

- 요한 20,25

 

몇해 전 서강대신학대학원에서 고 김수환추기경님의 선종추모세미나가 열렸다.

김수환추기경님의 삶과 사상이라는 주제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곳에서 전해 들은 김 추기경님의 일화다.

 

언젠가 추기경님이 초등학교를 방문해서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중에

한 여자아이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해 왔다.

 

"추기경 할아버지, 하느님 만나 보셨어요?

교회에서 가장 높은 분이시니 틀림없이 하느님 얼굴을 보셨을 것 같은데...."

 

순간 할 말을 잃으셨단다.

그리고 짧지 않은 순간 생각에 잠기시더니

곤혹스러운 어조로 어린아이를 향해서 말씀하셨다.

 

"미안하지만 이 할아버지도 하느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단다.

할아버지도 하느님을 직접 만나 보고 싶어요.

대신 하느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 보고 싶은 마음으로 지금껏 평생을 '신부님'으로 살고 있지요."

 

 

그 어린아이가 추기경 할아버지의 '갈망'을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만나고픈 마음'으로 추기경님은 매일매일 하느님을 뵈었을 것이다.

얼굴 보여주시기를 부끄러워 하시는 하느님이시기에 대신에,

추기경님의 기도 안에서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셨으리라.

그리고 추기경님은 그분이 남기신 삶의 흔적들을 통해서

당신이 매일 같이 하느님과 함께 걷고 계셨음은 당연해 보인다. 

겸손한 모습으로 '단 한 번도' 하느님 얼굴을 뵌 적이 없다 하셨지만

더 크게 하느님을 일상 안에서 만나고

그분의 뜻을 살피며 살아가셨음은 그분의 삶이 잘 보여 주고 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직접 보고 고백한 토마스 성인이 있는가 하면,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라는 예수님의 격려와 위로의 말씀처럼

'보지 않고도 그 믿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가는 수많은 신앙인들 역시

그분 안에서 이미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 하신다.

그것으로 하느님을 만나 뵌 것은 아닌가!

'만나고픈 갈망'이 사그러들지 않는 한

이 만남으로도 족해 보인다.

 

'매일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기도는...  (0) 2013.07.20
주는 기쁨에 대해서...  (0) 2013.07.15
아주 고요해졌다.  (0) 2013.07.02
그 열명을 보아서라도....  (0) 2013.07.01
불을 지르러 왔다  (0) 201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