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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코로나19의 박해 본문

세상에게 말걸기

코로나19의 박해

해피제제 2020. 7. 21. 16:34

나가사키 26聖人기념순교비

 

코로나19의 박해

 

‘26聖人기념관의 매니저 미야타씨는 개신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천주교 박해시기에 많은 천주교인들이 처형되었던 이곳 니시자카 언덕 기념관에서 6년째 근무를 해 오고 있다. 예전부터 일본 천주교 순교 역사에 관심이 있었고 그 인연으로 기념관 스텦으로 지원하여 매일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더니, 이제는 매니저 업무뿐만 아니라 역사 공부를 위해 주말에도 도서관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래서일까? 커피 타임이 되면 늘 이것저것 질문을 해 오는 터에 내 부족한 일본어 실력도 덩달아 늘어 가는 듯 하다.

 

며칠 전 커피 타임에서는 코로나19 상황 하에서의 일본천주교회의 초기 대응, 즉 두 달 가량의 미사 금지결정에 대해서도 1614년 에도 막부에 의한 천주교 금지령이후 1865년 잠복 그리스도인들이 오우라천주당에서 재발견되기 까지 약 250년간 신앙을 굳건히 지켜왔던 사실에 비추어 일본천주교주교회의의 결정은 참으로 유감이라는 그의 입장이다.

 

게다가 신자들에게는 처음부터 선택지를 주지 않고 미사 자체를 금지시켰던 것은 박해시대의 잠복그리스도인潜伏キリスタン들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신앙의 예를 들어 오히려 지금 평화로운 시기 교회가 신자들의 신앙심을 못미더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조심스러운 질문이다.

 

더 나아가 매년 인플루엔자 독감으로 인해 오히려 코로나19’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어 왔음을 언급하며, ‘미사금지명령과 특히나 고령신자들의 미사참석 자제요청은 신앙의 선조들이 목숨을 잃을지언정 미사에 참례코자 하였던 그분들의 순수한 열정을 교회가 너무 나아가서 판단해 버린 것은 아닌가? 라는 주장이다. 천주교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개신교 신자의 이런저런 기대들이 가득해 보이는 질문들일 수 있겠다.

 

그의 이런 합리적 의심들에 귀를 기울이면서 나는 또 교회의 대변인이 되어 보았다.

 

첫째,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마태 22, 21)는 예수님 말씀을 인용하여 그리스도인들이 딴나라 유토피아에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예수라는 카리스마 가득한 인물이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말씀을 전할 때에는 제자들 역시 예수님을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그분이 예를 들어가며 속시원히 설명해 주었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분의 가르침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그 권위가 사라지고 없어졌을 때 예수님의 제자들은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 문을 나서기도 겁냈을 정도다. 그렇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되면서 이제까지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었고 나아가 엠마오로 혹은 자신들의 고향 갈릴래아로 흩어졌던 제자들이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를 반석으로 인정하면서 이 땅에 교회’, ‘교계제도라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그리고 성령과 함께 세상 끝까지예수님의 기쁜소식을 전하며 2000년을 이어왔다.

 

박해시기가 있었고, 국가종교가 되어 번영을 이루기도 했으며, 이 땅에서의 성공 뒤의 부패와 쇄락 그리고 또 개혁이라는 부침을 경험하면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종교는 백해무익’, ‘종교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등 등 수많은 인간적인 약점을 지닌 시스템이기는 하겠으나, 그처럼 쓸모 없게 느껴질 때조차도 성령은 그러한 교회 안에서 하느님 당신의 일을 해 오셨다. 이렇듯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로마서의 말씀처럼 모든 것을 합하여 선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을 믿는다.     

   

그리하여 박해시기에도 불구하고 250년간 신앙을 지켜온 숨은 그리스도인들이 1865년 나가사키 오우라천주당에서 푸티쟌 신부와 처음 조우했을 때, 그이들이 오랜기간 지켜온 전통과는 너무도 다른 서양의 교회, 교계제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기를 거부하면서 ‘250년 간의 전통으로 되돌아간 숨은 그리스도인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교회가 그이들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때 조차도 천주교인들은 천주교회, 로마 교황, 지역 주교, 주교의 협력자인 사제들이 전하는 교회의 가르침에 자신의 의지를 내려 놓고 순명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나 보다 더 큰 하느님을 믿는다.

 

교회는 완벽하나 교회 구성원은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에 세상 속 교회를 구성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법과 제도들과 끊임없이 교류하여 특별히 그것이 이 아닌 한, 진리이신 하느님그분에 대한 신앙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세상 모든 영역에 문을 열고 대화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모르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세상 사람들이 훨씬 더 전문가이다. 그러니 코로나19의 위험성으로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두고, 손을 자주 씻어 위생적 환경을 가꾸는 것은 신앙의 그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므로 육신을 지닌 이 세상에서는 카이사르에게서도(정부) 듣고, 하느님에게서의 가르침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둘째, 그의 비판은 하느님의 힘을 믿지 않고 교회가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가 내세운 증거는 ‘250년간 죽음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신앙을 지켜 온 숨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그것이다. 자신들이 천주교도들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죽임을 당할 것은 자명함에도 그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신앙생활을 이어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순교한 그리스도인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니 우리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박해(?) 상황에서 교회는 믿음을 거슬러 스스로 문을 닫아서도 미사를 금지해서도 안 된다. 이런 위험스런 상황에서 오히려 신자들은 자신의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어찌 보면 그의 말은 하느님 믿음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보인다. 그럼에도 또 한 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이 께름직하다. 어쩐지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을 두고 들여다 보면 이것이 너무도 터무니 없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하느님 신앙맹목적 신앙은 이처럼 종이 한 장 차이다.

 

덧붙이자면, 나가사키대교구는 카이사르의 법에 따라 약 두 달간 미사를 금지했으나 그 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규칙을 준수하면서 지금은 본당 미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 위험에 취약한 고령 신자들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미사 참례를 금지하고 있지도 않다. 카이사르의 규칙들을 준수하고 질병을 앓고 있지 않다면 언제든 고령의 신자들도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 우리 매니저의 주장 고령 신자들에 대한 미사 참례 금지는 역시나 오해였음을 전해 주었다.  

 

 

작년 71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원료수출규제와 화이트국가 배제 그리고 90일 비자면제국 제외에 이어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26聖人기념관도 관람객이 80% 감소하였다. 일반 회사라면 벌써 문을 닫았거나, 5명이나 되는 직원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일본 박해시기 3000 여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순교했던 이곳 니시자카 언덕은 일본 천주교 공식 순교지로서 교회가 문을 닫을 수는 없는 일이다.

 

1580년 오무라의 영주 하루노부(有馬晴信)가 나가사키를 예수회에 맡기면서 시작된 천주교와의 인연이 예수회원들이 줄어 들고 그동안 해왔던 여러 사도직장의 구조조정, 특히 지난 50년 동안 이곳에서 영적 봉사를 담당했던 나가사키 예수회 피정집을 닫게 되면서도 교구장 주교님의 감사 말씀과 신자들의 응원은 마지막까지 짠함을 남긴다.

 

숫자와 규모 면에서 점점 작아지는 일본교회를 지켜보면서도 저 소중한 감사와 눈물의 응원들을 통해서 하느님 당신의 성령은 또 그렇게 당신의 일을 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이러한 희망 속에 코로나19 팬데믹도 물러가고 깨졌던 한일관계도 신뢰 가운데 회복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그날에는 니시자카 언덕에 자리잡은 ‘26聖人순교비앞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주님, 우리 자신의 힘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당신께 더 의지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