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나가사키 ‘니시자카 공원'을 방문하는가? 본문
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니시자카 공원'을 방문하는가?
이른 아침부터 수도원 밖이 소란스럽다.
창 밖을 내다보니 검은색 정장을 갖추어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마도 금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나가사키 방문에 맞추어
교황님 동선과 경호/경비를 예행 연습 중인듯 싶다.
처음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의 하고 많은 유명한 곳이 많은데
일본의 제일 끝 섬 큐슈, 인구 40만 정도의 나가사키를,
그것도 한 낱 ‘공원’을 방문하는지 지금도 의아해 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첫번째 나가사키 방문지인 원자폭탄이 떨어진,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는 ‘평화공원’은 당연히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뒤를 이어 방문하는 ‘니시자카西坂 공원’은 일본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곳이다.
나가사키 시 관계자들 역시도 왜 공식 방문지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오우라천주당大浦天主堂‘이나
원폭에 의해 성당의 신자 1만2천명 중 8천5백의 희생자를 낸,
나가이타카시 박사의 소설 ‘나가사키의 종’으로 잘 알려진,
주교좌 성당 ‘우라카미천주당浦上天主堂’이 아닌지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일본에서 1614년 ‘그리스도교 금지령’이 내려지고
수십만의 그리스도교인들이 박해 중에 있었고 이름이 알려진 3200 여 명 중
600 여명 이상이 이곳 니시자카 언덕에서 처형되었다.
교회는 순교자들의 피로 증거한 신앙을 기억하여 이곳 니시카자 언덕에
1597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가장 먼저 처형된
바오로 미키 성인을 비롯해 ‘26성인들’을 기억하기 위해
‘26성인 기념관’과 ‘성 필립보 기념 성당’을 세웠다.
그리고 교회 공식적인 ‘순례지’로 선포하여 순교자들의 신앙을 전하고 있다.
또 그래서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님께서 오래 전부터
거룩한 순교자의 땅 ‘나가사키 니시자카 순교지’를 방문해 보고 싶다고 하신 것은
교회 사목자로서 당연해 보인다(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 있어서).
그러나 가톨릭이 전체 인구의 0.4% 정도 밖에 안되는 일본 교회의 사정상
일본 정부의 공식 방문지 목록에
교회의 ‘26성인 순교지’가 아닌 단순히 ‘니시자카 공원’으로 표기되어 있고
그러니 일본인들에게 ‘원폭기념공원’이 아닌 ‘니시자카 공원’은 의아스러울 것이다.
그이들에게는 그저 작은 ‘공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른 아침부터 저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2차 세계 대전, 미국에 패전 후 정치와 종교가 철저히 분리된 일본에서
종교에 관련하여 국가에서는 어떠한 예산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평화의 사도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하여
‘일본이 평화를 지지하는 국가’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이렇게 애를 쓰고 있다.
그래서 관계도 없어 보이는 ‘니시자카 공원’에 예산을 쓰는 것이 영 마음에 안 들지만
나가사키 시에서도 이 작은 공원 관리에 한 달 전부터 부지런히 발걸음을 한다.
떨어져 나간 펜스를 수리하고, 기념비를 물청소하고 지워진 글자들을 다시 입힌다.
벌써 몇 번이나 잔디를 깎고 가로수 나무 가지들을 가지치기 하는지 모른다.
어느 아침, 빛 바랜 안내판이 밤 사이(?) 새 것으로 교체되어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왜 나가사키 시 예산을 일개 종교를 위해 사용하는가?’ 라며 반대 의견이 있었으나
‘교황이 방문하면 나가사키 관광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설득을 했다나 어쨌다나.
우리 공동체는 창 밖에 일어나는 일들을 신기한 듯 바라만 보고 있는데
손님 맞이를 준비하는 이들은 그렇게 아침부터 부산스럽다.
부디 그이들의 이 모든 노력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평화의 사도를 통해
극단적으로 우경화로 향하고 있는 아베 정부가, 또 일본이
그분의 은총으로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 온다면…
그럴 수 있기를 나의 하느님 그분의 도움을 청한다.
좋으신 하느님, 이 가을 맑은 날 손님 맞이 준비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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