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마음에게 말걸기 (134)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우습게 생긴 넘, 무지하게 못생긴 넘, 이웃살이 코세랍니다 “너의 아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 땅으로 가거라. 그곳, 내가 너에게 일러 주는 산에서 그를 나에게 번제물로 바쳐라.” - 창세 22,2 오늘 독서에서 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요구하시는 것을 듣게 된다. 아브라함에게 ‘이사악’이 어떤 의미인가! 이사악은 늘그막, 세수 일백세에 얻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다. 하가르에게서 여든 여섯에 얻은 ‘이스마엘’이 있었지만 그이는 서자다. 본처인 사라와 이집트 하녀 출신 하가르의 갈등에 온 집안이 휘청였듯이 유다 전통에서 적통과 장자의 의미는 남다르다. 조선시대의 장자의 의미에 더해, 신의 섭리와 축복까지 이어진 자식이다. 그런 이사악을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요구하신다. ‘너의 ..
전주 전주 주교좌 성당 동기 수사님이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이다. ‘산업재해’(?)가 아니라서 병원생활이 편하지만은 아니했으리라. 이주노동자들의 여름 체육대회 개막식이 있던 저녁, 뒷풀이 후 새벽녘 사건이라 앞으로 바쁜 일들이 첩첩이 남아 있는 상태다. 그래서 이웃살이 소장님과 내 따가운 눈총을 묵묵히 감내해야 했으리라. 어쨋튼 퇴원하는 날 걱정거리가 생겼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웃살이 소장님이 인천에서 김포로 이사를 오는 날이고, 나는 장마에 대비해 아침부터 이웃살이 마당정리 공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인천에 살고 계시는 대표 신부님은 공사다망한 일로 시간을 내기 힘들고, 또 한 분의 공동체 신부님은 로마로 출장 중이시다. 해서 아무도 수사님의 병원 퇴원을 도와 줄 이가 없다. 그러다가 바우네 공동체 가까..
여하튼 태평하게 팔자 좋은 김민 수사님 거실과 주방 쪽으로 온 집안에 핏자국이 가득하다. 여기저기 걸레로 치운 흔적이 있지만 짓쳐진 핏자국이 자욱하게 선명하다. 간 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핏자국의 흔적을 따라가니 동기 수사님 방 안으로 이어진다. 현관에서부터 방 쪽으로, 방 문 앞에서 주방 쪽으로....거실 휴지와 주방 치킨 타월도 몽땅 사라졌다. 아무래도 동기 수사님의 소행임이 분명하다. 방문 앞에서 인기척을 내본다. 그러나 좀처럼 반응이 없다. 늦은 아침 이미 내 코도 비릿한 혈향에 저절로 아미가 찌푸려진다. 걸레로 핏자국을 따라 닦고 혈향을 없애기 위해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또 그것도 마땅찮아 여러 대 香을 피어 둔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데도 동기 수사님의 방문은 열릴 기미가 없다. 어..
김포 바우네 공동체의 날 모임(술과 병아리빵이 웬일인지...함께 찍은 공동체 사진이 이것 뿐이라서...) 올해 벌써 몇 번째 장례식 참석인지 유달리 회원들의 부모님이 하느님 곁으로 떠나시는 분들이 많다. 이번에는 장례식장이 ‘대구’였다. 김포 양곡성당 국제공동체 미사가 끝나자마자 공동체 가족들이 함께 출발했다. 먼 길이라 다시 되돌아오려면 갈 길이 까마득하다. 내비게이션에서는 313km를 가리키고 있다. 왕복 8시간이 소요될 듯싶다. 대구로 향하는 내내 김정대 신부님이 운전을 했다. 옆 자리에 탔던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신부님의 운전을 돕는다(?). 재미난 것은 장례식 가는 길이 숫제 공동체 나들이 떠나는 듯싶었다. 공동체에 함께 살면서 이렇게 장시간 서로 마주앉아 이야기보따리 풀어 놓기가 쉽지 않다...
필리핀 산모와 함께 방문했던 도티병원 앞 마당 성모자상 동기 수사님 아버지의 장례미사를 참석했다. 전주 전동성당, 9시에 시작한 미사에는 추도하는 사람들로 또 하늘의 비도 참으로 많이도 내렸다. 예수회 관구장 신부님께서 장례미사를 주례하셨다. 당신은 관구장 職을 맡으시기 전 우리들의 수련장이셨다. 2년 수련기간 동안 함께 먹고, 마시고, 잠자고, 기도하며 同苦同樂 하셨다. 그래서인지 다른 어느 예수회원보다도 동기 수사님의 개인적 역사와 떠나가신 베드로 아버님을 잘 알고 계신다. 수련원에서는 5월이면 수련수사님들의 가족을 초대하곤 한다. 수련 1년차와 2년차 가족들을 초대하기에 부득이하게 초대인원을 직계가족에 한해서 제한을 둔다. 그런데 언제나 대가족이 함께 움직여온 전주댁, 수사님 가족은 저마다 서로 가..
필리핀 허윈과 마를린의 딸 하나신이 필리핀으로 돌아가기 전 공항에서 이웃살이 신 소장님과 함께!! 먼 길 운전 때문인지 아니면 ‘母子’에 대한 긴장이 풀려서인지 온 몸이 피곤하다. 저녁 밥시간이 다가왔지만 공동체 가족들이 도착 전이라 살짝 눈을 붙인다. ‘누군가 도착하면 출입문 벨소리가 나겠지...’ 어스름 한기에 눈을 떠본다. ‘세상에! 12시 12분 한밤중이다’ 정말이지 많이 피곤하긴 피곤했나보다 정신없이 잠에 빠졌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얼떨떨한 상황이지만 몸이 가뿐한 것이 기분은 좋다. 주방에 나가 따뜻한 차 한 잔을 준비하며 한밤중 적막감에 잠겨본다. ‘매일미사’책을 펼쳤다가 오늘의 말씀 중에 눈길을 사로잡는 구절이 있다. 파란 색연필로 밑줄을 긋고, 지그시 눈을 감는다. 스치듯 올라오는..
한국인 아빠와 필리핀 엄마 사이에 태어난 아기 ‘지호’ ‘경기동부EXODUS’ 천주교의정부이주센터를 다녀왔다. 일산 넘어 고양 인근의 어디쯤(?) 생각하고 지도를 조회하다가 이웃살이가 있는 통진과 정반대 동쪽 끝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보고 난감해 했다. 다행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잘 닦여져 있어 초행길임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 여정에 사흘 전 ‘이웃살이’를 찾은 베트남 여성과 그 아기가 동행했다. 한국인 남편에게 수차례 폭력에 시달리다 어느 날 남편을 피해서 살 길을 찾아 나선 이이다. 그런데도 귀신같이 이 여성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남편의 집요한 손길을 피해 지금도 이곳저곳 쉼터를 전전하고 있다. 이웃살이가 벌써 네 번째 쉼터이다. 그런데 오늘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괴..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그가 즉시 발과 발목이 튼튼해져서 벌떡 일어나 걸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면서, 걷기도 하고,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하느님을 찬미하기도 하였다. - 사도 3,6-8 어제 세 명의 필리핀 노동자들이 찾아왔다. 꽃이 만발한 꽃길임에도 봄비 속이라 여직 싸늘함이 남아 있다. “아니! 오늘은 ‘또’ 웬일이에요? 아직 공장 못 찾았나요?" 첫 인사가 환대는 어디가고, 마뜩찮다는 기색이다. 마음이 안다. 그런 것들은... 이런 내 모습에 화들짝 놀라서 ‘날이 차지않냐’며 따뜻한 커피를 허둥지둥 대접 한다. 사실 이 친구들은 구직을 위해 벌써 4번째 이웃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