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세상에게 말걸기 (213)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예수님은 지혜와 키가 자랐고 하느님과 사람들의 총애도 더하여 갔다. - 루카 2,51-52 "요즘 관구 본부에서 일하는 이들을 보면 미래에 대한 계획성이 없어" 한 어른이 곧 문을 닫게 되는 카마쿠라, 나가사키 두 곳의 피정집 사정과 예수회 한국 관구에서 나가사키 피정집을 사도직으로 사람을 파견하기로 했다가 한일 관계의 악화로 작년 연 말까지 상황을 지켜 본 후 결과적으로 해당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하자 그동안 참고 있던 한 마디를 기어코 토해내신다. 취임한지 갓 2년이 지난 지금의 관구장과 본부 스텝들에게 그 불만이 향한다. 일본으로 미션을 받아 평생을 선교사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도..

참을 忍자 세 개의 배움 피정 중, 오전과 오후 두 번의 기도 안내를 받게 된다. 피정 동반자 신부님이 8일 동안의 피정을 위해 기도를 잘(?) 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 주시는 것이다. 기도 자료, 즉 성경 구절과 필요한 것들을 짧게는 10분, 길어야 30분 정도로 피정자를 도와 주게 된다. 15년 째 연피정을 해 오면서 영신수련의 이냐시오 기도 방법과 흐름들을 알기에 피정 동반 신부님을 통해 기도 자료와 피정 면담 만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나 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하느님은 더 좋은 방식으로 당신의 뜻으로 이끌곤 하시니 이번에도 처음 계획과 다르게 11명의 나이 지긋한 수녀님들의 그룹에 합류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공동 기도를 통해 그분들과 나의 하느님께 적잖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분은 늘 이렇게 내..

사비오 신부의 깜짝 선물 연피정을 위해 히로시마 나가츠카 예수회 피정집을 찾았다. 원래는 혼자서 조용히 연피정을 할 계획이었으나 동반해 주시는 신부님이 마침 수녀님들 11명 그룹이 같은 날 시작인데 함께 할지를 물어왔고 오랜만에 수도자 그룹과의 연피정인지라 기대를 가지고 흔쾌히 '예'라고 말씀드렸다. 각기 다른 수도복에 나이 지긋한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최고령 수녀님이 94세,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또 전철을 갈아타고 내려 피정집까지 걸어 오셨단다. 내 걸음으로도 역에서부터 10분, 그 할머니 수녀님께서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걸어 오셨을 모습이 선하다. 그렇게 70대에서 90대까지 다양한 수도원, 각기 다른 곳에서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오셨다. 나는 '예수회 수사로서, 사비오이고, 나가사키 26성인..

나가츠카 피정집에서 1시간 정도 강가를 따라 산책을 나섰다가 히로시마 원폭돔에 이르렀다. 마침 ‘고통의 신비’ 로사리오 기도를 올리다가 ‘예수님께서 가시관을 쓰시는 장면’을 묵상하면서 원폭돔의 철골 구조물을 올려다 보았다가 그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구조물이 예수님의 가시면류관과 닮아 보여 흠칫 놀랐다. 20만의 원폭 희생자들의 끔찍했을 고통과 아픔을 지금 덩그렇게 남은 흔적들이 전해 주고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세계 곳곳의 전쟁과 테러 그리고 핵폭탄을 비롯한 무수한 무기들의 참상을 히로시마는 원폭돔의 앙상한 철골 구조로, 예수님의 고통 받았던 가시관으로 인류에게 경고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으로 핵폭탄을 경험한 일본이 이처럼 과거의 흔적들에 ‘평화기념공원’이라 이름을 붙여 두었으면..

히로시마 나가츠카 수도원에 연피정을 위해 들렀다. 이른 도착이었기에 ‘십자가 길’로 산책을 나섰다가 예수회원들의 묘지까지 다다랐다. 한 기 한 기 새겨진 회원들의 삶들의 기록들을 읽어 내려가다 두 기의 묘비석 앞에서 한 참을 멈추어 섰었다. 전에 들었던 기억이 있는 사연이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일본의 예수회 수련자 두 명이 전쟁에 징집 되었고 결국 일본의 패망 직전에 수련자들 역시 전사를 하였다는 사연이다. 그리고 눈 앞에서 그 두 분의 묘비석을 마주 하게 된 것이다. 요셉 수련자는 훗카이도 부근에서 그해 3월 20일 전사했다, 또 한 분 수련자 에우스타키오는 1945. 8. 12일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기 불과 3일 전에 전사하셨다.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조금만 더 견뎌냈으면.....

미신자들도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면… “이런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마르 2,12 공동체에 ‘부부와 같은?’ 관계의 할아버지 신부님들이 계신다. 오랜 기간 같은 공동체에서 생활해 왔고 그래서인지 서로 티격대격하면서도 둘 사이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위에서 언급한 바로 그대로 ‘부부와 같이’ 서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듯 하다. 둘 중 한 분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기라도 한다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친밀하다. 예를 들어 한쪽이 며칠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기라도 하면 나머지 한 분의 말 수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이 그래 보인다. 그런 두 분이 언제나처럼 아침 식탁 자리에서 티격태격하신다. 내용인 즉슨, 수도원 공동체에 속해 있는 ‘26성인기념성당’에서 복음 선교에 열심인 한 분 신부님이 결혼식 ..

성탄, 神이 人間이 되었다! 삼위 천주께서 사람으로 가득 찬 지구를 내려다 보시면서, 사람들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을 안타까워 하시며, 인류를 구하기 위해 제 2위인 성자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셨다. 그리하여 때가 이르자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을 방문하신다. (영신수련 102번) 사부 이냐시오는 영적 훈련서, ‘영신수련’을 저술 하셨다. ‘영신수련’은 ‘읽기 위한 책’이 아닌 ‘영적 수련을 위한 지침서’이다. 그래서 이냐시오 성인은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 받는 존재로서 우리의 영혼이 구원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셨다. 그리고 그 중 ‘영신수련 102번’ 에서는 ‘성삼위께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성자 예수를 파견하는 장면’을 관상하도록 초대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연피정에서 나는 이 장면을 관상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