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세상에게 말걸기 (213)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알바를 손빨래 해 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나가사키 ‘Big N’ 야구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 하셨다. 3만명이 넘는 신자들이 교황님 주례의 미사에 참례하여 한 목소리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찬송을 하는 모습은 그이들 스스로에게도 기쁨이었지만 나에게도 놀라움이었다. 일본에서 가톨릭은 0.4%의 언제나 소수로 늘 조용한 그리고 소박한 모습이었기에 이런 열정적인 찬송과 환호 그리고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강렬한 공동체성은 일본 교회의 현실에 둘러싸여 ‘조용히’ 살아가는 내게도 가슴 뜨거움이었다. 여기 저기 눈물을 흘리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언제 이런 뜨거운 감동을 맛 보았는지 그이들의 기쁨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렇게 열렬히 미사를 마치고 순백의 제의를 정리하는데, ‘아뿔사’ 오전..

절망 중에 있을 때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고요한 성당에서 와락 절망감이 밀려든다. 최근 긴장 중에 있는 형제에 생각이 가 닿자 나도 모르게 이 같은 감정을 느낀 것이다. 사는 데에 별 관계가 없다면 안 보고, 안 부딪치면 될 일이지만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 하고 살아야 하는 공동체 형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그 형제가 공동체 장상이고, 사도직 일터의 책임자라면 이번 생(?)은 완전 망한 것이다. 이 아침 가슴이 먹 먹 해지는 것은 앞으로 이 생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 앞에서는 절대 전투력이 급상승하는 나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지 않은 ‘그냥 해!’라는 말들 앞에서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장렬히 전사할지언정 절대 물러설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투력을 상승시키며 ..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직접’ 만난 소감 그때 예루살렘에 시므온이란 의롭고 경건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는 성령이 머물러 계셨는데 성령은 그에게 주님께서 약속하신 그리스도를 죽기 전에 꼭 보게 되리라고 알려주셨던 것이다. 마침내 시므온이 성령의 인도를 받아 성전에 들어갔더니 마침 예수의 부모가 첫아들에 대한 율법의 규정을 지키려고 어린 아기 예수를 성전에 데리고 왔다. 그래서 시므온은 그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

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니시자카 공원'을 방문하는가? 이른 아침부터 수도원 밖이 소란스럽다. 창 밖을 내다보니 검은색 정장을 갖추어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마도 금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나가사키 방문에 맞추어 교황님 동선과 경호/경비를 예행 연습 중인듯 싶다. 처음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의 하고 많은 유명한 곳이 많은데 일본의 제일 끝 섬 큐슈, 인구 40만 정도의 나가사키를, 그것도 한 낱 ‘공원’을 방문하는지 지금도 의아해 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첫번째 나가사키 방문지인 원자폭탄이 떨어진,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는 ‘평화공원’은 당연히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뒤를 이어 방문하는 ‘니시자카西坂 공원’은 일본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곳이다. 나가사키 시 관계자들 역시도 왜..

마지막까지 버릴 수 없는 것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 루카 14,26;33 며칠 전 후쿠오카에 있는 수도공동체에 다녀왔다. 점점 적어지는 회원 수로 후쿠오카/나가사키 수도공동체가 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데 아직 그곳 회원들에게서 환영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가사키 공동체에 짐을 풀고 한 달이 훌쩍 지났기에 월 피정을 겸해서 인사를 다녀왔다. 후쿠오카 수도공동체는 ‘소피아 후쿠오카 중/고등학교’와 담을 두고 있다. 수도원 공동체 식당 창 밖으로 넓게 펼쳐진 학교 운동장에는 ..

‘천국'은 어떤 곳일까? ‘하느님 나라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 루카13,19 며칠 전 ‘일본 그리스도교 역사 공부’를 함께하는 신자분이 자신이 생각하는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나눔을 해 주셨다. ‘저는 “하느님 나라”가 아이와 엄마 사이에 존재하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따뜻함, 부드러움, 안전함, 친밀감, 편안함” 등 등 엄마와 아가 사이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러한 느낌, 이미지가 바로 저의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나누어 받으면서 나도 한 가지를 보탰다. ‘하느님 나라’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다르다면 조금 이상해 보인다. 하느님인 예수님이 그토록 ‘인간’이 되고 싶었던 이유, 한 번 만이라도 ‘인간’이 되어 느껴 보고..

할아버지 신부님이 서운했던 이유 이전에 살았던 스페인 마드리드의 칸토블랑코 공동체에서는 수도형제들이 서른 명 가까이 모여 살았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 따로 시간을 내어 공동체 회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나가사키 ‘26성인기념수도원’과 같은 작은 공동체에서의 회의는(?) 주로 미사 후 아침 식탁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뭐 대단한 회의가 아닌 그저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무언가 특별한 일정이 있는지 등을 형제들끼리 공유하는 정도다. 그날도 어김없이 하루 일정을 나누면서 내가 이전 같은 자리에서 공동체 원장이자 기념박물관 관장 신부님께 우리와 함께 일하는 박물관 직원들을 수도원에 초대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었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나도 아무런 액션이 없었기에 다음 주 쯤 내 쪽에서 직원들과 따로 식사 자리를..

친절함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을 방문하고 일본 삶터로 돌아오니 다짜고짜 박물관 매니저가 하소연을 해온다. 9월달 '26성인(聖人) 기념성당'에서의 한국인 성지순례단의 미사 예약이 단 한 건도 없단다. 요즘 한일관계가 계속해서 악화 되고 있음은 미디어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민간차원의 교류까지 이렇게 온도차가 확연하게 날 정도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단다. 그이의 투정에도 이해가 간다. 실제로 큐슈 나가사키의 26성인 기념박물관 방문자 80%가 한국에서 오는 순례자들이다. 유럽에서 일본으로 천주교를 전한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 1549년 8월, 성인이 처음 발걸음을 내딛은 큐슈의 가고시마를 비롯해, 히라도, 야마구치, 오이타, 교토 등을 순례 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