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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느닷없이 기도 중에 벗이자 은인인 A 자매님의 '문재인은 공산당!'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제까지 그분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리는 표현이다. 그리고 나역시 그분에게서 깊게 상처 받고 실망 했다. 그러고 보니 나역시 주위의 벗들에게 그이들이 아끼는 이를 내가 폄하함으로써 상처 주고 실망하게 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틀림없이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이제껏 내가 고마움을 느끼고 존경했던 분이 또 내가 사랑하는 다른 분을 위와 같은 표현으로 비난한다면 말이다. 이렇게 최근 그 벗에게 연락하기를 주저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내게도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더 필요한 듯 싶다. 동시에 그분을 위해 더 자주 기도해야 하겠다. 주님, 저의 마음을 위로해 주시고 또 그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은총을 ..

피정 중에 저녁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데 낯익은 신부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인사를 건네고 말았다. 이전의 나라면 생각지도 못할 행동이다. 피정, 대침묵 중에 대화라니.... 야마구치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캉가스 신부님(94)이 히로시마로 연피정을 오셨다. 5-6년 만의 재회에 그날 피정, 침묵 중인 것도 잊고 손을 맞잡고 "어라?! 신부님 조금 뚱뚱해지신 거 아니에요?" 라며 농을 건다. "진짜? 내가 뚱뚱해졌어?" 라며 신부님도 피정 중에 침묵을 깬 젊은 수도자의 짓궂은 농을 인자한 미소로 받아 주신다. 그렇게 오랜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미소를 닮은 어른 신부님과 함께 피정을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신부님과 피정을 함께 하면서 하루 세 번의 식사 시간, 함께 마주 앉을 시간이 많았다. 그러면서 또 '..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예수님은 지혜와 키가 자랐고 하느님과 사람들의 총애도 더하여 갔다. - 루카 2,51-52 "요즘 관구 본부에서 일하는 이들을 보면 미래에 대한 계획성이 없어" 한 어른이 곧 문을 닫게 되는 카마쿠라, 나가사키 두 곳의 피정집 사정과 예수회 한국 관구에서 나가사키 피정집을 사도직으로 사람을 파견하기로 했다가 한일 관계의 악화로 작년 연 말까지 상황을 지켜 본 후 결과적으로 해당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하자 그동안 참고 있던 한 마디를 기어코 토해내신다. 취임한지 갓 2년이 지난 지금의 관구장과 본부 스텝들에게 그 불만이 향한다. 일본으로 미션을 받아 평생을 선교사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도..

‘관상기도’를 잘 할 수 있는 방법 피정 지도를 해 주시던 신부님이 근처 주일 미사 땜빵(?)을 가셨다. 수도원이 소속되어 있는 마을 성당 신부님이 건강 사정으로 급히 부탁을 해 오셨단다. 해서 오늘은 피정집의 88세 은퇴 신부님이 강의를 해 주시러 오셨다. 주제는 ‘이냐시오 성인의 관상 기도’에 대한 내용으로 특별히 ‘오감’을 이용한 기도법, 즉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사용하는 기도법이다. 2000년 전 예수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가 그분과 함께 마주 앉아 보는 것이다.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웃고, 함께 걷고, 함께 음식을 먹으며 그분의 음성을 듣고, 얼굴을 보고, 손을 맞잡으며 그 분위기에 빠져 보는 것이다. 기억력과 의지력과 상상력,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모든 감각..

참을 忍자 세 개의 배움 피정 중, 오전과 오후 두 번의 기도 안내를 받게 된다. 피정 동반자 신부님이 8일 동안의 피정을 위해 기도를 잘(?) 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 주시는 것이다. 기도 자료, 즉 성경 구절과 필요한 것들을 짧게는 10분, 길어야 30분 정도로 피정자를 도와 주게 된다. 15년 째 연피정을 해 오면서 영신수련의 이냐시오 기도 방법과 흐름들을 알기에 피정 동반 신부님을 통해 기도 자료와 피정 면담 만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나 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하느님은 더 좋은 방식으로 당신의 뜻으로 이끌곤 하시니 이번에도 처음 계획과 다르게 11명의 나이 지긋한 수녀님들의 그룹에 합류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공동 기도를 통해 그분들과 나의 하느님께 적잖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분은 늘 이렇게 내..

마태 25:24-25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와서 '주인님, 저는 주인께서 심지 않은 데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시는 무서운 분이신 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운 나머지 저는 주인님의 돈을 가지고 가서 땅에 묻어두었었습니다. 주인이 맡겨둔 달란트를 땅에 묻어 둔 종은 왜 그렇게 주인을 두려워 했을까? 단 한 번도 '위로의, 사랑의 하느님 체험'이 없었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심판의 하느님', '엄한 하느님', '두려운 하느님'으로 체험된 것은 정말 그 종 만의 잘못일까? 그이가 선한 목자를 만나 본 적이 있다면 그이의 하느님 이미지가 달라져 있지는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전적으로 그이 탓만이 아닌 그에게 엄하고 무서운 하느님을 전했던 우리 목자들도 책임이 있으리라. 그러니..

사비오 신부의 깜짝 선물 연피정을 위해 히로시마 나가츠카 예수회 피정집을 찾았다. 원래는 혼자서 조용히 연피정을 할 계획이었으나 동반해 주시는 신부님이 마침 수녀님들 11명 그룹이 같은 날 시작인데 함께 할지를 물어왔고 오랜만에 수도자 그룹과의 연피정인지라 기대를 가지고 흔쾌히 '예'라고 말씀드렸다. 각기 다른 수도복에 나이 지긋한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최고령 수녀님이 94세,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또 전철을 갈아타고 내려 피정집까지 걸어 오셨단다. 내 걸음으로도 역에서부터 10분, 그 할머니 수녀님께서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걸어 오셨을 모습이 선하다. 그렇게 70대에서 90대까지 다양한 수도원, 각기 다른 곳에서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오셨다. 나는 '예수회 수사로서, 사비오이고, 나가사키 26성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