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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직접’ 만난 소감 그때 예루살렘에 시므온이란 의롭고 경건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는 성령이 머물러 계셨는데 성령은 그에게 주님께서 약속하신 그리스도를 죽기 전에 꼭 보게 되리라고 알려주셨던 것이다. 마침내 시므온이 성령의 인도를 받아 성전에 들어갔더니 마침 예수의 부모가 첫아들에 대한 율법의 규정을 지키려고 어린 아기 예수를 성전에 데리고 왔다. 그래서 시므온은 그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

단 한 명이라도 ‘감사’한 일이다 나병환자 열 사람이 멀찍이 서서 소리를 높여 말하였다.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 루카 17,12-13;16 며칠 전 예수회 한국 관구의 내년도 입회자가 알림 메일을 읽고 조금 놀랐다. 해가 갈수록 수도생활을 희망하는 지원자들이 점 점 줄고 있고 그래서인지 매년 수도회 입회자 역시 소수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올 해 입회자가 단 ‘1명’이라는 소식은 해외에서 선교사로서 활동하는 입장이지만 언제나 친정(?) 집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기에 (가끔은 선교지에서 한국 예수회의 성장하는 모습에 자부심도 느껴가며) 이런 ..

왜 예수님은 ‘불의한 집사’를 칭찬했을까?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 루카 16,8 한 달 전부터 수도원 밖의 움직임이 부산스럽다. 평소라면 나가사키 관광객들과 순례객들이 드문 드문 모습을 보이지만 요즘은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과 행사 준비 공무원들 그리고 새롭게 공원을 단장하는 공원 관리 공무원들이 자주 발걸음을 하고 있다. 11월 24일 이곳에서 일국의 국가 수반에 해당되는 중요한 인사,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맞이하기 위해 최상의 것들을 제공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아베 정부는 일본 헌법에서 ‘종교와 정치의 분리’라는, 그래서 정부 예산을 어떤 특별한 종교 행사를 위해 ..

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니시자카 공원'을 방문하는가? 이른 아침부터 수도원 밖이 소란스럽다. 창 밖을 내다보니 검은색 정장을 갖추어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마도 금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나가사키 방문에 맞추어 교황님 동선과 경호/경비를 예행 연습 중인듯 싶다. 처음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의 하고 많은 유명한 곳이 많은데 일본의 제일 끝 섬 큐슈, 인구 40만 정도의 나가사키를, 그것도 한 낱 ‘공원’을 방문하는지 지금도 의아해 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첫번째 나가사키 방문지인 원자폭탄이 떨어진,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는 ‘평화공원’은 당연히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뒤를 이어 방문하는 ‘니시자카西坂 공원’은 일본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곳이다. 나가사키 시 관계자들 역시도 왜..

마지막까지 버릴 수 없는 것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 루카 14,26;33 며칠 전 후쿠오카에 있는 수도공동체에 다녀왔다. 점점 적어지는 회원 수로 후쿠오카/나가사키 수도공동체가 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데 아직 그곳 회원들에게서 환영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가사키 공동체에 짐을 풀고 한 달이 훌쩍 지났기에 월 피정을 겸해서 인사를 다녀왔다. 후쿠오카 수도공동체는 ‘소피아 후쿠오카 중/고등학교’와 담을 두고 있다. 수도원 공동체 식당 창 밖으로 넓게 펼쳐진 학교 운동장에는 ..

‘천국'은 어떤 곳일까? ‘하느님 나라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 루카13,19 며칠 전 ‘일본 그리스도교 역사 공부’를 함께하는 신자분이 자신이 생각하는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나눔을 해 주셨다. ‘저는 “하느님 나라”가 아이와 엄마 사이에 존재하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따뜻함, 부드러움, 안전함, 친밀감, 편안함” 등 등 엄마와 아가 사이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러한 느낌, 이미지가 바로 저의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나누어 받으면서 나도 한 가지를 보탰다. ‘하느님 나라’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다르다면 조금 이상해 보인다. 하느님인 예수님이 그토록 ‘인간’이 되고 싶었던 이유, 한 번 만이라도 ‘인간’이 되어 느껴 보고..

난 네가 수련원 시절에 했던 일을 기억한다 바리사이: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 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한국에 들러 알로이시오 신학원 공동체에 머물렀다. 삶 터가 외국이다보니 한국에 들를 때마다 새로운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다. 2년간의 수련을 마치고 갓 서원을 한 맑은 수사님도 있고 철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에 아침부터 부시시한 모습으로 머리를 부여 잡고 괴로움을 호소하는 수사님도 있다. 10여년 전, 내 모습도 그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 마냥 그 모습들이 안쓰럽고 또 귀엽다. 연학 수사님들의 앞으로 긴 배움의 시간들이 하느님을 더 사랑하고 더 성장하는 시간이기를 내 기도에 더해 본다. 수..

할아버지 신부님이 서운했던 이유 이전에 살았던 스페인 마드리드의 칸토블랑코 공동체에서는 수도형제들이 서른 명 가까이 모여 살았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 따로 시간을 내어 공동체 회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나가사키 ‘26성인기념수도원’과 같은 작은 공동체에서의 회의는(?) 주로 미사 후 아침 식탁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뭐 대단한 회의가 아닌 그저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무언가 특별한 일정이 있는지 등을 형제들끼리 공유하는 정도다. 그날도 어김없이 하루 일정을 나누면서 내가 이전 같은 자리에서 공동체 원장이자 기념박물관 관장 신부님께 우리와 함께 일하는 박물관 직원들을 수도원에 초대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었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나도 아무런 액션이 없었기에 다음 주 쯤 내 쪽에서 직원들과 따로 식사 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