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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A신부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사제품을 받고 본당에 파견 나가 있는 새 신부님이 공동체 미사를 주례했다. 당신도 신학원 공동체 일원으로서는 이 아침 미사가 처음이라 하신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오늘은 원래 A신부님이 미사 주례를 해야 하는데 아침에 다른 사정(?)으로 제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라며 미사 강론 준비를 충실히 했어야 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노라며 ‘그래도 늘 준비된 예수회원이기에 미사 강론을 하겠습니다’ 라고 한다. 그렇게 새 신부님의 말씀대로 ‘늘 준비된’ 강론과 거룩한 미사 성제로 이른 아침을 깨우는 웃음과 맑은 기운에 감사로운 마음이 절로 일었다. 그런데 미사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는데 공동체의 또 다른 신부님의 날이 서 있는 반응에 살짝 긴장감이 ..

떨리는 마음을 다스리는 법 “너는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나, 내가 너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말하여라. 너는 그들 앞에서 떨지 마라. 그랬다가는 내가 너를 그들 앞에서 떨게 할 것이다.” - 예레 1,17 강론을 하거나 강의를 할 때, 내 가슴은 늘 쿵쾅거린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것만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닌가 보다. 한 번 새가슴은 영원한 새가슴이다. 그래서 대중 앞에 섰을 때 늘 자수(?)를 하곤 한다. ‘내가 지금 떨고 있다’고, ‘너무 떨려서 심장 소리가 다 들릴 정도’라고… 이렇게 이실직고를 하고 나면 어느새 쿵쾅 거리던 심장도 고요해지고 떨고 있던 손발도 제자리를 찾는다. 오늘 1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자의 말을 빌려 보면 아무래도 ‘내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이런 떨림이 일어나..

바르셀로나에서 열차로 한 시간 거리의 몬세랏 수도원은 성 베네딕토의 카리스마를 살아가는 수도회이다.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수도자들은 끊임없이 하느님을 찬미하며 수덕생활에 힘쓰고 있다. 예수회의 창립자 중 한 분 성인인 이냐시오는 팜플로나 전투에서의 부상을 당한 이후 지상의 왕이 아닌 하늘의 왕을 따르기로 맹세한다. 그리고 이곳 몬세랏 수도원에 안치된 검은 성모자상 앞에 자신이 늘 애용하던 기사의 검과 단도를 바친다. 하느님의 기사가 되고자 하는 젊은 이냐시오의 맹세이다. 몬세랏 수도원의 검은 성모자상을 배령하기 위해 지나치게 되는 통로에 지금도 이냐시오 성인의 검이 유리관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검은 모조품으로 진품은 예수회의 바르셀로나 성심공동체 성당에 보존 되어 있..

독을 품은 말들 바리사이들이 다가와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무엇이든지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예수 :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바리사이들 : “그렇다면 어찌하여 모세는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려라.’ 하고 명령하셨습니까?” 예수 : “모세는 너희의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너희가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하였다.” 오랜 만에 방문한 한국예수회 공동체에서 오랫 동안 듣지 못했던 수도회 속속들이 사정을 전해 듣게 된다. 아르투르 소사 예수회 총장 신부님께 승인을 받은 향후 10년 간의 보편 예수회 사도직에 대한 한국 예수회 차원의 구체적 사도직의 방향도 듣게 되고 이 모든 목표를 수행하기에 ‘무엇’에 대한 완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하느님 그 분 뜻..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유 성전세 징수원: “여러분의 스승님은 성전 세를 내지 않으십니까?” 베드로: “내십니다.” 예수님: “시몬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세상 임금들이 누구에게서 관세나 세금을 거두느냐? 자기 자녀들에게서냐, 아니면 남들에게서냐?” 베드로: “남들에게서입니다.” 예수님: “그렇다면 자녀들은 면제 받는 것이다.” 4세기 초대 교회에서는 펠라기우스 360-430와 아우구스티누스354-430의 논쟁으로 인해 결국 펠라기우스는 이단으로 판명되어 교회의 정죄를 받았다. 펠라기우스의 주장은 ‘인간의 의지는 하느님의 창조로 그 자체로 완전하기에 인간은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 라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히포의 주교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은 선하게 창조되었으나 아담과 이브의..

“나를 보아서 용서해 다오.” 수도 공동체 원장인 비탈리 신부님이 “내일 공동체 미사 집전은 사비오 신부님이 하시겠어요?” 라고 물어 오신다. 오늘이 ‘도미니코 성인 축일’이라 세례명이 ‘도미니코’인 원장 신부님은 오늘 미사는 당신이 주례할 테니 내일 미사는 나에게 어떠냐고 물으신 것이다. 일본, 나가사키 ‘예수회 26성인 수도원’ 공동체로 이사와서 처음 주례하는미사다. 물론 매일 사제들이 미사를 공동 주례하고 있지만 아직 미사 전례 경문이 입에 붙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기에 신부님의 부탁에 아주 잠깐 흠칫 했으나 곧 ‘예’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내 대답과 동시에 “내일은 ‘나가사키 원폭 투하 74년 째’가 되는 날이니 날이 날인만큼 ‘평화 기원 미사’로 봉헌 하는 것은 어때요” 하신다. 해서 나는 오늘..

예수님이 빵을 먹인 이들은 누구일까? ‘오병이어’,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성경 말씀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두고 갑론을박 논란을 하고 있지만 신앙의 문제는 과학적 사실을 다투는 영역이 아니다. 실제로 예수님과 오천 명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분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하셨고 결과적으로 여자와 어린아이를 제외하고도 건장한 성인 남자 오천 명이 만족하게 먹고도 남은 ‘자투리 음식’이 ‘열 두 광주리’나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눈으로 보고, 먹고, 함께 했던 경험으로 예수를 믿고 그분을 따랐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팩트’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이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하느님이 오늘 밤 그대를 부르신다면... 지난 밤 비행기를 타고 콩고로 떠난 두 명의 아프리카 출신의 수사님들이 오늘 아침 미사에 나타나서 모두가 깜짝 놀랐다. 사연인 즉슨, 2일 오전 0시 5분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해당 ‘2일’ 0시 5분 비행기에 맞추어 공항에 나갔기 때문이다. 하루 앞서 1일 오후 10시쯤에 공항에 도착해서 날이 바뀌는 2일 오전 0시 5분 비행기에 탑승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오랜만에 고국 방문 기회를 수사님들은 그렇게 어이 없이 놓쳐 버렸다. 다행히 이틀 후 다른 비행기 편으로 출발 하였으니 수사님들의 이 에피소드는 앞으로 길이 길이 수도원 내에서 웃음으로 회자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늘 이렇게 비싼 값을 치르면서 늘 무엇인가를 배우곤 한다. 그래 보인다. 모두가 한 바탕 웃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