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마음에게 말걸기 (134)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愛光女子学園 방문 50년을 교정사목에 종사하고 계시는 에르난데스 수사님을 따라 소년원을 방문했다. 바쁜 학업에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기에 대신학교 부제님들의 실습 떠나는 일정에 나도 손을 들고 따라나선 것이다. 주택가 한 복판에 있는 소년원은 학교명만 얼핏 보면 명문 가톨릭법인 사립여자학교 이미지가 풍겨나온다. 그래서인지 종종 입학 문의가 온다는 교도관의 자랑 아닌 자랑이다. 가을이 수놓아진 키 큰 플라타너스 나무들과 파란 잔디 운동장, 가지런히 정리된 일본식 정원, 연중 언제나 가능하다는 온수 실내 수영장, 아담한 체육관, 핑크아이보리 등등의 중/고등부 교실 그리고 다다미 침대가 놓여진 4인 기숙사 등의 시설만 보면 그런 오해도 가능하겠다 싶다. 발길 닿는 곳곳이 예쁘장한 것이 담장의 철조망만 없다면..
주님, 오늘 밤, 저는 혼자입니다. 글: 미셀 콰스트 신부 주님, 오늘밤, 저는 혼자입니다. 저도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저 혼자서 성당 안의 소음도 차츰 사라지고 모두들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길을 가다가 저는 놀고 있던 아이들과 마주쳤습니다. 주님, 그들은 절대 내 아이가 될 수 없는 남의 아이들입니다. 주님, 저를 보십시오. 저는 혼자입니다. 침묵이 저를 숨 막히게 하고 고독이 저를 괴롭힙니다. 주님, 저는 다른 사람과 다름없이 건장한 몸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건장한 몸과 누군가를 사랑하고픈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다 주님께 바쳐왔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당신은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들을 다 주님께 드렸습니다. 그러나 주님, 이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
언젠가 봉사직에 부름받은 수품자를 향해 동경교구 주교님께서는 몇가지 당부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섬기는 사람’, ‘교회의 사람’이라는 표현입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봉사자, 교회의 봉사자, 이웃을 향한 봉사자’ 그러면서 수품자를 향해 ‘당신은 교회의 사람’이라 불러주셨을 때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설레이는 것이 수도생활의 기쁨에 더하여 봉사직에 대한 부르심에 다시 한 번 기꺼이 “예”라고 응답하게 합니다. 작년9월부터 동경의 메구로성당에서 주중사도직을 하고 있습니다. 성체배령과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성경말씀과 교리를 가르치는 일입니다. 언어가 자유롭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일이 공부 소임으로 파견받은 단조로운 일상에 커다란 기..
이른 아침 간밤에 없던 누군가의 부고가 게시판에 써져있다. 회원명부를 찾아 이름과 얼굴을 확인한다. ‘스즈키노부아키 신부, 85세, 역사학자’ 며칠전까지만해도 죠치대학 교정을 오가며 인사를 건네지 않았던가. 젊은 시절의 사진과는 너무 달라진, 엄청 조그만해진 몸집에 늘 같은 시간, 보조기를 밀며 산책을 나서시던 분 말이 없으신 가운데도 인사를 건네면 어린아이처럼 웃어주시던 분 내 기억 속 스즈키 신부님은 그렇게 각인되어 있다. ‘여름계절학기’에 맞추어 죠치대학 예수회 공동체를 찾았더니 ‘AYD아시아청년대회’참석과 ‘교황님의 한국방한’이 어땠냐며 관심을 표한다. 한창 신이나서 이번에 경험했던 청년대회와 꿈에 그리던 교황님과의 만남, 그리고 2년 반만의 한국행을 나누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여기저기서 한국..
아직 가을학기 개강 전이다. 방학 내내 이곳저곳에서 현장체험을 하고 돌아온 형제들이 한데 모였다. 조용하던 집안이 젊은 수사님들의 목소리로 가득차고 그런 왁자지껄함에 원장 신부님은 집안 대청소를 제안했다. 1년에 한 번 하는 왁스칠에 아침부터 온 공동체 가족들이 손을 모았다. 요리사 출신의 무라야마 수사님은 그런 우리들을 위해 손수 스파게티를 만들었고 1년에 한 번 회원들의 '양심현현'을 듣는 관구장 신부님도 식사는(?) 함께 해 주셨다. 평일이라 일본어 학원을 다니는 형제들과 출근하시는 신부님들은 어쩔 수 없었지만 깨끗해진 온 집안을 보시고 거듭 미안해하며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러고보니 집 안에서는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를 쓰는 분들이 많다. 열 일곱, 이 많은 인원이 살아 가는데 공백이 별..
'관구장 visitation',1년에 한 번 관구장 신부님께서 각 공동체를 순방하면서 예수회원들의 '양심현현'을 듣는 시간이다. 양심현현은 하느님 앞에서 장상과 회원이 신뢰 가운데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드리기 위한 예수회의 독특한 통치방식이다. 하느님은 장상을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시기 때문에 회원은 그러한 장상을 신뢰하고 마음을 열게 된다. 회원은 '양심현현 리스트(?)'에 따라 지적, 영적, 사도적, 공동체생활, 수도서원(순명, 청빈, 정결), 건강상태, 여가생활, 자신의 양성계획 그리고 관구에 바라는 것 등등을 신뢰 가운데 밝히게 된다. 관구장 역시 신뢰 가운데 양심현현 내용을 다루면서 회원이 하느님께 나아가도록 또 그분의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양성하고 도움을 제공한다. 성체 앞에 마음을 모..
수도서원에 대한 세미나 중 성경에 근거를 두고 있는 말씀을 찾아 보았다. 청빈(2코린 8,9) "그분은 부요하셨지만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그분이 가난해지심으로써 여러분은 오히려 부요하게 되었습니다." 정결(마태오 19,12) "처음부터 결혼하지 못할 몸으로 태어난 사람도 있고 사람의 손으로 그렇게 된 사람도 있고 또 하늘 나라를 위하여 스스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순명(필립 2,7)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그러면서 이 세 서원 중 어떤 것을 으뜸으로 여기는지 수도회마다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수도서원은 베네딕토 성인이 6세기에 수도생활 규칙서를 작성하면서 '청빈, 정결, 순명' 순으로 나열한 것으로 토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