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매일의 양식 (638)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까미노 순례를 하는 이유 5일째 걸었다. '왜 걷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냥 걷는다. 걷고 싶었다. 산티아고 길에 대한 흥미? 모두가 걸으니 나도? 그래 그렇다. 처음에는 그냥도, 흥미도, 남들이 모두 가니...도 있었다. 그런데 걷게 되면서 그런 이유들은 점 점 '잘 모르겠다'로 바뀌고, 걸으니 그냥 좋았다. 주변의 자연 풍광이, 몸의 고단함이, 처음 만나는 인연들이, 전연 낯선 상황들이, 예측 불가능이, 나의 여러 가지 모습들에 신기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어색하고 또 아직도 그대로인 내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나는 그렇게 또 나 자신을 마주하며 걷는다. 이 까미노 길 위에서... 그리고 나의 하느님 그분의 도움을 청한다. 주님! 이 까미노 순례를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하소서.

처음 만나는 순례자들에게 낯선 이를 만날 때 '마음을 열고' 만난다. 이쪽에서 다가가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내 쪽에서 그렇게 '오해'하거나 아니면 지레 '겁을 집어 먹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미소를 보내고, 인사를 건네면 그이들도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아무런 바램 없이 '너의 행복을 빌어, 내가 온 힘을 다해 너를 응원해' 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내 미소와 내 인사가 어색할 때는 상대도 알고, 그 누구 보다 내가 더 잘 알기에 나의 하느님 그분의 도움을 청한다.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 내 온 힘을 다해 당신을 응원합니다.’

Fórmula de Votos Dios todo poderoso y eterno, Yo, D.Savio Hyung-wook,KIM, aunque indigno de presentarme ante ti, confiado en tu amor infinito e impulsado por el deseo de servirte, en presencia de María la Virgen y de nuestros hermanos los Santos, te prometo con voto pobreza, castidad y obediencia perpetuas en la Compañía de Jesús. Y prometo entrar en la misma Compañía para vivir en ella perpetua..

일상에서 ‘신앙’을 산다는 것 – ‘축구유학’을 떠나 온 가족들 오랜만에 마드리드 한인 공동체에 미사를 주례한 후 신자분들과 다과를 함께 나누었다. 그런 중에 눈에 익은 가족이 있어 인사를 건넸더니 나를 처음 본다는 눈빛이다. 한 명도 아니고 가족 전체가 그렇다. 해서 ‘우리의 만남’을 설명했더니 그제서야 ‘아!’라는 탄식과 함께 “그때는 로만칼라를 하지 않아서…” 라며 말끝을 흐리신다. 그분은 알아챘을까. 이 말이 나를 두 번 죽이는(?) 말이었다는 것을... 이곳에서 한 시간 반 떨어진 ‘아빌라’에 한국 가르멜회 소속이 신부님들 네 분이 살고 계신다. ‘아빌라의 대 데레사 성녀’로 대표되는 가르멜 성인들의 영성을 공부하러 오셨다. 그런데 그 중 한 분 신부님이 가끔 고해성사를 위해 마드리드에 나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한창 예쁜 사랑을 하는 연인이 있었다. 하루는 여자가 남자에게 물었다. “자기야! 왜 나를 사랑해?” 남자 왈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사랑하나? 그냥 사랑하는 거지” 그래보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냥, 어쩐지, 글쎄’와 같이 희미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희미한’ 이유들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남자가 아주 분명하게 ‘당신의 친절함이, 멋진 매너가, 직장이, 집안이 능력이, 외모가 예뻐서 좋아한다.’라면 오히려 불완전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남자의 대답대로 그러한 구체적인 것들로 그 여자를 좋아하고 사랑했다면 여인의 외모가, 매너가, 직장이, 집안이, 능력이 사라질 때, 상대방에 대한 ‘사랑’ 역..

“¡Buenos días, mi jefe!”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갔더니 수도원 공동체에서 일하시는 한 자매님이 커피를 내려 받고 토스터기에 빵을 굽고 계셨다. 내가 커피 기계 옆에 컵을 내려 두고 토스터기 앞에서 빵을 들고 서성거리자 그분이 갑자기 어쩔줄을 몰라 한다. 그리고 굽고 있던 토스터기의 ‘멈춤’ 단추를 누르더니 색깔도 변하지 않은 빵을 빼들고 만다. 살짝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이른 아침 출근해서 수도원 공동체에서 이렇게 식사를 준비해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리고 그때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 그분들도 자신들의 아침을 준비해서 별실로 나갔기 때문에 식사 문제(?)로 신경을 쓴 적이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허둥대는 자매님에게 ‘저는 괜찮으니 천천히 준비 하세요’라고 말을..

‘15년째 내 건강한 식단’ 늦은 아침을 준비(?) 한다. 아니다. 차려진 것들을 선택만 하면 된다. 14개 국가에서 온 공부하는 신부님들만 모여 사는 공동체이기에 아침 만은 제 각각 식사 시간이 다르다. 수도원에서 늦잠이 왠 말인가 싶겠지만 형제들 각자가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체가 ‘함께’ 정한 규칙이다. 그래서 아침형 인간의 형제는 이른 아침 미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형 인간은 점심식사 전 미사를 참례하면 된다. 사정이 생겨서 공동체 미사에 참례할 수 없어도 걱정할 게 없다. 모두가 성품을 받은 사제들이기에 혼자서 미사를 드릴 수도 있다. 사제품을 받아 좋은 점 중 한 가지가 언제 어디서든 미사 집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 식빵 한 조각, 사과 반쪽, 요거트 하나, 오렌지 주..

‘내가 살아야 겠다’ 이 나이에도 ‘시험’을 본다. 사제 서품 전 일본에서의 신학 공부가 마지막 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내 생애에 다시는 시험 치를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분은 늘 내 계획을 이렇게 보란듯이 가볍게 되돌려 놓으신다. 새롭게 시작한 공부가 ‘교회사’다. 나가사키 ’26 성인 기념 박물관’에서 일을 하게 된 경위로 팔자에도 없던 ‘역사’ 공부를 하게 되었다. 아니다. 이것 또한 그분의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대학 때 전공이 어쩔 수(?) 없이 ‘경영학’이다. 미래에 밥 벌어 먹어야 하니까 그리고 다니던 은행에서 관련 학과에 진학하면 장학금을 준다는 정보에 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런데 처음 원서에 기입했던 과는 ‘사학과’ 였다.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라면 졸리운 눈 비벼가며 귀를..